[입장문] 최저임금위원회는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확대하라! 이제는 '적용 여부'를 넘어 '적용 방식'을 결정하라!
최저임금위원회는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확대하라!
이제는 '적용 여부'를 넘어 '적용 방식'을 결정하라!
오늘(6월 11일) 제5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열린다. 지난 3차·4차 회의에 이어 '도급제 근로자 별도 적용' 여부를 다시 논의하는 자리다. 지금 최저임금위원회 앞에 놓인 과제는 적용 '여부'를 넘어 '방식'을 설계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공익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은 아직까지 적용을 할지 말지에서 맴돌고 있다.
4차 회의, 경영계의 '개인사업자론'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지난 9일 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특수고용 종사자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므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도급계약은 업무의 완성을 대가로 하는 계약이며, 약자 보호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공정계약으로 해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배달라이더와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는 보수 결정 권한, 업무 수행 방식과 시간 통제, 평가·제재·차단 권한, 고객 접근 통제를 모두 플랫폼과 사측에 의해 좌우당하고 있다. 바로 이 요소들이 이번 주 ILO 총회에서 의결을 앞둔 '플랫폼경제에서의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 및 권고'에 담긴 '노동자성 추정 원칙'의 판단 기준들이다. 법적 지위 이전에 노동을 제공하는 실질에 초점을 맞추라는 ‘사실 우선 원칙’이 국제기준의 방향이다.
'노동자성 판단은 위원회 권한 밖'이라는 경영계 논리는 책임 회피다. 노동계는 노동자성을 새로 판단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문제는 경계에 선 노동자들이다. 대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직업직군,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이 적용 되고 있는 직업직군 등 법적 신분이 확정되기만을 기다리며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들이 있다. 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그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고 그 모델을 넓혀가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법적 지위라는 형식이 아니라 노동을 제공하는 실질에 초점을 맞추라는 국제기준의 방향에 부합하는 행동이다. 노동의 특성에 맞는 별도의 보수 산정 방식을 마련하는 일은, 위원회가 발을 뺄 권한 밖의 문제가 아니라 마땅히 감당해야 할 권한이자 책무다.
현행 보수체계는 이미 '최저임금 미달'이다
배달노동을 비롯하여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에 현행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노동의 특성상 적합하지 않으며, 별도의 보수 산식모델이 필요하다. 그 설계에서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두 가지가 '노동시간'과 '비용'이다. 대기시간을 비롯한 비가시 노동시간이 노동시간에서 배제되고, 이륜차 감가상각비·유상운송보험료·유류비·통신비·안전장비 같은 노동자 개인 부담 비용이 고려되지 않은 현행 체계는,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소득을 초래하고 있다. 배달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가전 방문점검원의 시간당 임금은 8,164원(2025년 민주노동연구원 조사)으로 최저시급 10,320원에 한참 못 미친다. 점검 1건의 수수료만 계산할 뿐, 고객 연락·이동·대기·앱 입력·민원 대응에 들어가는 시간은 보상에서 통째로 빠지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최저임금위원들이 4차 회의에서도 지적했듯, 배달라이더와 대리운전기사, 학습지교사는 대기시간·이동시간·취소 주문으로 인한 무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교통사고 산재 사망자 5명 중 1명이 택배·퀵서비스·배달 분야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현실은 낮은 수수료와 과도한 경쟁 구조가 만든 결과다.
방법은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서비스연맹과 배달플랫폼노조는 지난 3~5월 약 3개월간 배달플랫폼노동자 최저보수 연구를 진행했다. 비용 수치를 현실 조건에 맞게 조정하고 노동시간을 '포함한 경우'와 '포함하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 산출한 결과, 기본수수료를 현재 2,100~2,500원 수준에서 최소 4,0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는 충분히 방안을 만들 수 있고, 확대해나갈 수 있다. 또한 예측되는 문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 앞서 도입한 해외 국가들에서는 수수료 상승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배달업무를 외주화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흘려 제도 폐지 여론을 만드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예를 들어 수수료·배차기준 변경 시 사전고지 의무와 소비자 전가 모니터링, 공공배달앱을 통한 시장규율 같은 보완장치를 패키지로 함께 설계해야 한다.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경영계는 도급제 노동의 노동시간을 잴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가전 업종이 이미 그 반대를 증명하고 있다. SK인텔릭스서비스·삼성전자서비스의 설치·수리 노동자는 ST(표준시간) 제도를 통해 제품별 수리시간은 물론 이동시간·여유시간, 나아가 헛걸음·안전장구 착용·고객 설명 시간까지 표준화해 보상받는다. 단말기의 출동·도착·완료 버튼만으로 이동시간과 작업시간이 자동 기록된다. 한국 방문점검원과 똑같은 일을 하는 미국 코웨이의 '코디'는 아예 시간급 노동자로, 1계정을 1시간으로 표준화해 최저임금과 초과근로수당을 보장받는다. 기업은 이동·방문형 노동을 시간으로 환산할 기술과 데이터를 이미 충분히 갖고 있다. 다만 '특수고용'이라는 이유로 그 시간을 보상에서 빼고 있을 뿐이다. 초 단위 실측이 없어도, 표본조사와 평균 처리시간·지역별 이동시간을 결합하면 합리적 표준시간 산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ILO는 회원국이 법정 최저임금 적용, 별도의 플랫폼 최소보수 기준, 집단교섭을 통한 최소보수 설정 중 하나 이상을 보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뉴욕·시애틀의 최저보수제, 영국의 공정단가 제도, 국내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도급 노동에 맞는 별도 산정 방식이 가능하며 생산성 향상·안전 강화·이직률 감소 효과를 가져왔음을 이미 입증했다. 남은 것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단뿐이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적용 '여부' 논쟁을 끝내고 '방식' 설계 논의로 즉시 전환하라.
하나. 고용노동부가 '비공개' 처리한 도급제 최저임금 실태조사 보고서를 즉각 공개하라.
하나. 상당한 수준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도급제 노동자 직종에 대한 표준산식 마련과 단계적 확대를 위한 전문위원회 설치 논의에 착수하라.
그동안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고 사용자가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감당해왔다. 우리에게도 최소한의 안전망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러한 요구를 외면하지 말고 시대와 산업의 변화 발전에 발맞추어 그 역할을 다하길 바란다. 서비스연맹은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위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6년 6월 11일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